[천자칼럼] 디지털 황태자 젠슨 황

입력 2023-02-13 18:08   수정 2023-02-14 00:17

검은색 터틀넥에 청바지가 아이콘이던 생전의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듯 공식행사 때면 어김없이 검은색 라이더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한다. 왼쪽 팔뚝에는 회사 로고 문신도 있다. 옆을 단정하게 친 헤어 스타일에 매서운 눈빛이 강인한 인상을 더한다. 세계 반도체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 창업자·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다.

초거대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의 최대 수혜주는 단연 엔비디아다. 대규모 데이터를 동시 병렬처리하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없이는 챗GPT 같은 인공지능 구동이 불가능하다. 오픈AI는 챗GPT 학습에 1만 개가 넘는 엔비디아의 ‘A100’ GPU를 사용했다. “챗GPT를 만든 8할 이상은 엔비디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AI 열풍으로 2022 회계연도 269억달러(약 34조2975억원)인 엔비디아의 매출이 향후 1년간 최대 110억달러(40%)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창립 30년 만에 세계 정보기술(IT)업계 태풍의 눈으로 성장한 엔비디아처럼 창업자 젠슨 황의 스토리도 드라마틱하다. 대만에서 화공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영어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아홉 살 때 형과 함께 미국에 있는 삼촌한테 보내졌다. 3년간 매일같이 변기 청소를 하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등 모진 학창 시절을 보냈다. 방과 후에는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즐거움이 있었다면 탁구였다. 고교 3학년 때 전미 학생 탁구대회에서 3위를 했을 정도의 실력이다.

오리건주립대 전기공학과와 스탠퍼드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포스터에 이끌려 AMD에 잠시 다닌 뒤 지인 두 명과 함께 엔비디아를 세웠다. 대부분의 IT 창업이 그렇듯 그 역시 달랑 침대 두 개뿐인 아파트에서 출발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파산 위기에 처했으나, 자신의 연봉을 1달러로 삭감해 아낀 돈으로 인재를 영입해 오히려 기술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았다.

엔비디아의 성장세는 꺾일 줄 모를 기세다. AI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메타버스, 슈퍼컴퓨터 등 첨단 디지털 세상의 밑바탕은 온통 GPU다. 이런 장밋빛 미래에도 그의 모토는 절박하기만 하다. “나는 항상 30일 뒤 파산을 생각하며 사업한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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